양만춘과 연개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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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만춘과 연개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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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을 생각하며

 

가을바람에 대숲이 흔들린다.

특히 하늘을 배경으로 솟은 키 큰 대들은

간격을 두었는데

성벽 위 투구를 쓴 작은 장수들같다.

성주 휘하의 장수 말이다.

급기야 흔들흔들한 모습이

두런두런하는 소리로 바뀌며

옆자리 장수와 이야기한다.

고향 이야기일까.

잠시 멈춘 전투에 관한 이야기일까.

석양에

머리 그림자는 성안으로 떨어져 녹았고

상기된 얼굴에는 파란 공포도 보인다.

그나마 오늘 밤 당나라가 덤비지 않는다면

피를 씻고

베인 상처를 새 헝겊으로 묶은 후

훈련장 가는 숲길을 걸으리라.

 

밤하늘에 별이 많다지만

적의 군사만큼 할까.

굳이 안시성을 밟고 평양성으로 가려는지

움츠린 생각도 들지만

굳게 상기(想起)해보면

요동을 통째로 삼키려는 데는

물러설 수 없다.

넓은 국경이 귀찮다고 땅을 내줄 수 없지.

요하(遼河)를 넘지는 못할지언정

압록강까지 뒷걸음칠 수는 없어.

내가

유성처럼 흐를 수 있다면

화살이 되어

이세민의 눈깔을 파버리련만…….

 

두벅두벅

주변의 성이 다 무너졌지만

평양성의 연개소문은 선뜻 오지 않는다.

반역하면 자리를 비우기 어렵지.

패거리가 많다고 일어서면

백성은 언제 편하겠나.

영웅이라지만

제가(齊家)를 못하여 불안한 치국(治國)이고

평천하(平天下) 당하기에 십상이다.

한 달이 넘도록

귓가에는 북소리 징소리 맴돌고

눈을 감으면 이승인지 저승인지

군사들이 나를 부른다.

((), 요하가 압록강이니, 한자가 다른 압록강이 두 개이니…….)

 

평양성에서

 

천리장성 안쪽 성이 다 떨어졌음에도

바깥 안시성은 건재하다.

내 말도 잘 듣지 않고…….

내심 무너져도 서운치 않을 성이

버티고 있다.

다들 버리자고 하지만

명분이 없고

역사가 보고 있다.

멱을 따랬더니

돌아온 자객도 성을 구하자고 눈물 흘린다.

 

도와야지.

그래도 성이 무너질 때쯤 출병하련다.

전쟁도

밖으로는 외교(外交)의 한쪽 끝이고

안으로는 정치(政治)의 요소이다.

또 정치에는 권모술수(權謀術數)가 있지.

나는 양만춘에게 감동이어야 한다.

그가 필요하다.

저놈과 뜻이 맞는다면 중원(中原)이 별것인가.

양만춘!

어찌

나더러 반역이라고 하는가.

나약한 왕 밑에서

내내 염려하며 성벽 위만 오락가락할 것인가.

맹세의 술을 나눈 후

말을 타고

울긋불긋한 낙양(洛陽)으로 가보세.

 

(평양성은 지금의 평양이 아니다.)

 

 

(말 : 글이 길어서 여러 이미지를 생략. 혹시 이 ‘story_card’의 원본이 필요하시면 메일 주소를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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