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득량에 갔어
회사를 그만둔 김에
불현듯, 쓰윽 고향엘 갔는데.
응, 구름그림자처럼 말이야.
사람들은
고양이처럼 서로 닮은 얼굴이었는데
어이 그리 반갑고 가슴은 철벅대는지.
응, 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왠지 그리운 사람 같았어.
회사를 그만둔 김에
갈 곳도 없고….
여행이랍시고 에라, 쓰윽 고향엘 갔는데.
기차를 타고 바쁜 바람처럼 말이야.
바다는 섬이 다가온 듯 좁아지고
산은 닳았는지 낮아져 있어.
거기다가
들판은 쓸쓸해졌고
휜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은 검고 늙었어.
도대체
누가 요술을 부린 거야.
그래도
몇십 년 만에 ‘득량’을 발음하며
표를 끊을 때
기차를 기다릴 때
눈물이 나더라구.
동생 하나를 업고
보따리까지 챙기시는 긴장한 어머니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빙글빙글 취한 아버지도….
젊은 당신들이 그곳에 계셨어.
회사를 그만둔 날
이상하게 득량에 갔어.
728x90
반응형
'인문학은 저변에 상식과 정의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잼버리 단상2 (1) | 2023.08.14 |
---|---|
보성 이야기5_고향 생각 (0) | 2023.01.02 |
보성 이야기3_이야기길 & 동자꽃 (0) | 2022.12.27 |
허수아비네 (1) | 2022.09.27 |
보성 이야기2_소제목 '득량 해평리'의 목차와 해설 (0) | 2022.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