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_card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로등 불빛 비 내리는 밤 이층집 초록 방수 칠한 베란다에 노란 가로등 불빛 한 바가지가 엎질러져 있는데 콕콕 닭이 모이를 쪼듯 내리는 빗방울이 불빛을 쪼아댑니다. 가로등 불빛이 생명인 듯 노란 점으로 톡톡 움찔거리는데……. 우울증이 있는 여자가 창가에 서서 회색 양복 훤칠한 가로등이 고작 비 내리는 밤에나 혼자 노는 것을 귀신처럼 지켜봅니다. 더보기 양만춘과 연개소문 안시성을 생각하며 가을바람에 대숲이 흔들린다. 특히 하늘을 배경으로 솟은 키 큰 대들은 간격을 두었는데 성벽 위 투구를 쓴 ‘작은 장수들’ 같다. 성주 휘하의 장수 말이다. 급기야 ‘흔들흔들’한 모습이 ‘두런두런’하는 소리로 바뀌며 옆자리 장수와 이야기한다. 고향 이야기일까. 잠시 멈춘 전투에 관한 이야기일까. 석양에 머리 그림자는 성안으로 떨어져 녹았고 상기된 얼굴에는 파란 공포도 보인다. 그나마 오늘 밤 당나라가 덤비지 않는다면 피를 씻고 베인 상처를 새 헝겊으로 묶은 후 훈련장 가는 숲길을 걸으리라. 밤하늘에 별이 많다지만 적의 군사만큼 할까. 굳이 안시성을 밟고 평양성으로 가려는지 움츠린 생각도 들지만 굳게 상기(想起)해보면 요동을 통째로 삼키려는 데는 물러설 수 없다. 넓은 국경이 귀찮다고 땅을.. 더보기 인도차이나 큰 강의 발원지가 된 협곡의 가는 물을 보았다. ‘발단’이다. 이제 수많은 진실과 허구가 섞이고 그것은 크고 작은 타협과 갈등으로 흐르겠지. 혁명이 ‘전개’이고 성공하면 ‘위기’이다. 위기는 길며 보통 평화의 시대가 위기이다. 우선 부정부패가 자리 잡지. 부끄러운 줄은커녕 어깨동무까지 하지. 저항도 있긴 해. 요즘도 그렇지 않은가. 공수처니 반대니……. 하지만 자리 잡은 기득권이나 부정부패의 시스템을 이기기 어렵지. 견고한 위기이고 자초한 일이지. 예상했던 일이야. 친일을 양탄자로 깔고 그 위에서 반란의 지도자들을 용서하고 사면했으니 급기야 정의마저 헷갈리는 거야. 희망은 ‘절정’이 꿈틀대고 있을 것이란 점이다. 깨져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 그 깨짐이 새로운 ‘발단’이 되고 새로운 평형이 ‘대단원’이 .. 더보기 얼굴 얼굴 하나 있지. 그 날 아침 머리를 빗고 흰 카라의 먼지를 털고 집을 나섰을 텐데 그 아침 내가 제일 먼저 곁눈질하고 싱글거리던 하얀 얼굴 하나 있지. 깔끔쟁이 그 모습 나에게 심어 놓고 그 소녀는 수십 년을 걸어가서 무엇이 되었을까. 가슴에 희미한 얼굴 하나 있지. 닳아 해진 시집 같은 얼굴이 있지. 하얗게 퇴색했어도 피처럼 붉던 마음 맑은 날 꺼내어 연처럼 띄워보는 얼굴이 있지. 더보기 이전 1 2 다음